MSX 리서치: 미국 주식 높아지는 장벽, 무너지는 울타리

25년은 자본·제도·기술·정치가 동시에 가속하며 서로를 압박한 해였습니다
과거의 모든 것은 서막에 불과합니다
25년의 막바지에 서서 지난 12개월간의 미국 증시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돌아보면,
이 한 해를 '상승'이나 '조정'같은 단어로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25년은 기술 가속, 자본 팽창, 정치적 양극화, 제도적 이완이 동시에 발생하며 서로를 증폭시킨
연속적인 구조 변화의 집합에 가까웠습니다
필자는 시간 순서로 접근해보기도 했고, 지수의 등락을 중심축으로 삼아보기도 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25년 시장의 모습을 진정으로 규정한 것은 몇 차례의 신고가나 급락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서로 중첩된 몇 개의 핵심 서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서사들을 연결해보면, 25년의 바탕색은 오히려 매우 선명해집니다
이 해는 극도로 모순적이면서도, 동시에 강한 방향성을 지닌 해였습니다
한편에서는 높은 장벽이 연이어 세워졌습니다
AI는 막대한 자본 집약도를 통해 새로운 진입 장벽을 구축했고, 관세와 무역 마찰은 반복적으로 강화되었으며
정치적 양극화는 한층 심화됐습니다
여기에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은 당파 갈등의 격화를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시장 앞에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AI와 크립토에 대한 규제 태도는 시스템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했고, 금융 인프라는 전면적인 속도 개선과 업그레이드를 거쳤으며,
월가는 더 개방적이고 더 공학적인 방식으로 거래,청산,자산 형태를 재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25년은 거시적 분기점이었습니다
구질서는 경계를 강화하고 있었고, 신질서는 마찰을 제거하고 있었습니다
이 두 힘의 충돌이 바로 올해 모든 시장 움직임과 서사의 배경음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5년은 분명 기억될 만한 투자 대년이었습니다
크립토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피할 수 있었다면, 미국 주식,홍콩 증시, A주, 그리고 금,은 등 주요 자산군의 동반 상승 속에서 오랜만에 체감 가능한 수익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며칠 전 열린 설구 카니발에서 방삼문이 던진 올해 돈 번 사람 손들어보세요 라는 질문에 거의 동시에 수많은 손이 올라간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필자는 단일한 시간선으로 25년을 서술하는 방식을 포기했고, 몇 차례의 급락이나 신고가로 이 해를 요약하려는 시도 또한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다른 방식을 택했습니다
25년 동안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서로를 중첩시킨 열개의 핵심 서사를 통해, 미국 증시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변기점을 복기하고,
더 장기적인 질문 하나에 답해보고자 합니다
이 한 해 동안, 진정으로 바뀐 것은 무엇이었는가?
권력의 합류:실리콘 밸리 우파, 크립토 신흥 세력, 그리고 "뉴 워싱턴"
2025년 1월 20일, 새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실리콘밸리 기술 우파와 크립토 신흥 자본의 권력 연합이 본격화됐습니다
이 변화는 인사·정책·규제 전반에서 즉각적으로 드러났습니다
- 일론 머스크는 정부 효율부(D.O.G.E) 를 앞세워
- AI 규제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리
- FCC·FTC의 AI 관련 권한 축소 및 통합 추진
- 기술 영역에 대한 관료적 개입 감소
이후 크립토 산업은 사실상 사면을 맞았습니다
- SEC 의장 Gary Gensler 퇴임
- 신임 의장 Paul Atkins
‘집행 중심 규제’ → ‘규칙 중심 규제’로 전환
- Coinbase, Ripple, Ondo Finance 등
주요 소송·조사 철회 또는 완화
크립토는 다시 정책 논의의 테이블 위로 돌아왔습니다
더 중요한 점은
권력 핵심부 자체가 기술·크립토 자본과 깊이 연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AI: 자본이 쌓아 올린 높은 벽
2023~2024년 AI 경쟁의 중심이 여전히
“누가 더 큰 모델 파라미터를 갖고,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했는가”에 있었다면,
2025년은 AI 경쟁이 보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국면으로 진입한 해였다
이제 AI의 해자는 단일 모델의 기술적 돌파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자본 지출(CapEx) 압박을 누가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로 재정의되었다
시간을 되짚어보면,
이 변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꽤 유머러스하다
2025년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DeepSeek-R1은 저비용·고효율·오픈소스라는 경로를 통해 글로벌 AI 시장의 가격 논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했다
이 모델은 실리콘밸리에서 오랫동안 신화처럼 여겨져 온 ‘컴퓨팅 파워를 무한히 쌓아 올리는 전략’에 처음으로 논리적 균열을 냈고,
전 세계적으로 “컴퓨팅 파워는 정말 그렇게 비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들었다
1월 27일, 이 논쟁은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반영됐다
엔비디아(NVDA.M) 주가는 하루 만에 18% 급락했고,
‘소형 모델 + 엔지니어링 최적화’라는 접근법이 다시 한 번 주류 비전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역설이 존재한다
딥시크가 촉발한 효율성 혁명은 AI 업계에서 흔히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불렸지만, 최상위 플레이어들의 경쟁 구도에서는 오히려 AI 전쟁의 최종 전장이 더 깊고 무거운 층위로 내려갔다
성능이나 모델 구조를 넘어, 인프라·에너지·지속 가능한 투자 현금 흐름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시스템 경쟁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변화는 두 가지 축에서 동시에 드러났다
첫째, AI 모델을 떠받치는 물리적 기반의 비용은 오히려 더 빠르게 상승했다
OpenAI, Meta(META.M), Google(GOOGL.M) 등 초대형 기업들은 거의 동시에 군비 경쟁에 돌입했고,
AI 관련 자본 투자 규모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끊임없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
현재 시장은 이들 기업의 누적 자본 지출이 2025~2030년 사이 2조~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OpenAI·Google·Alibaba(BABA.M) 등 미·중 AI 거대 기업들은 기술력뿐 아니라
생태계와 상업화를 포괄하는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진입점–클라우드 컴퓨팅 파워–응용 단계를 하나의 폐쇄 루프로 연결하며,
AI 경쟁을 단순한 알고리즘 싸움이 아닌 시스템 엔지니어링 게임으로 끌어올렸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질서가 실제로 흔들린 것처럼 보였지만,
반복되는 자본 투입과 조정 국면 속에서 시장은 점차 새로운 합의에 도달했다
AI 경쟁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이며,
핵심 질문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더 강하게 투자 압박을 견딜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결국 2025년 초 딥시크가 던진 충격은 AI의 ‘비싼 본질’을 끝내지 못했다
오히려 AI를 한 단계 더 잔혹하고 현실적인 국면으로 밀어 넣었다
자본·에너지·시간이 쌓아 올린 높은 벽이 AI 세계의 입구를 서서히 닫아가고 있는 것이다
재정의 귀환: 시장의 바닥은 다시 국가가 만든다
2025년 시장을 관통한 또 하나의 핵심 변화는 통화 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의 전면 복귀였다
금리는 더 이상 시장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도구가 아니었고,
대신 정부 지출과 재정 집행이 자산 가격의 하단을 결정짓는 역할을 맡았다
AI, 국방, 반도체, 인프라, 에너지 전환 등 거의 모든 주요 투자 테마의 이면에는 명확한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바로 정부 예산과 장기 계약이다
민간 수요가 둔화되는 구간에서도 관련 섹터의 밸류에이션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시장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위기 상황에서 자산 가격을 지탱하는 마지막 안전망은 중앙은행의 유동성이 아니라,
국가의 지출 능력과 재정 의지라는 사실이다
‘연준 풋’이라는 개념은 점차 ‘재무부 풋’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관세 폭풍과 구·신 지정학 질서의 정면 충돌
2025년, 관세는 더 이상 단순한 거시경제 변수가 아니었다
시장은 이를 미국 증시의 위험 선호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과 정책 변수에 극도로 민감해진 유동성 환경 속에서,
2025년 4월 2일 백악관이 ‘해방의 날’이라 명명한 날에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에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대규모 무역 적자를 기록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보다 정교한 상호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결정은 2020년 팬데믹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가해진 가장 강력한 구조적 충격을 즉각적으로 촉발했다
특히 4월 3일부터 4일까지 이어진 급락은 최근 수년간 시장을 시험한 대표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로 남았다
주요 미국 주가지수는 2020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기준 약 6조 5천억 달러가 증발했고,
나스닥 종합지수와 러셀 2000 지수는 한때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5월에는 90일 협상 완충 기간이 설정되며 AI 섹터를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났지만,
10월 들어 정부 셧다운 우려와 관세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시장은 또 한 번 4월과 유사한 깊은 조정을 겪었다
보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관세 폭풍의 본질은 단기적인 무역 정책의 반복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산업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기존 글로벌 무역 질서에 가해진 사실상 최종적인 반격에 가깝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가 작동할 수 있었던 전제는 낮은 관세, 국경을 넘나드는 효율적인 공급망, 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지정학 환경이었다
그러나 AI, 반도체, 에너지, 안보가 긴밀히 얽힌 단계로 접어들면서 무역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통제, 기술 주권을 둘러싼 장기적 경쟁의 전장이 되었다
이 변화 속에서 관세는 경기 순환에 따라 조절되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지정학 질서 재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마찰 비용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단순히 헤지할 수 있는 리스크가 아니라, 상시적인 불확실성의 일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자본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기업의 가치와 수익성은 기존의 운영 성과와 이익뿐 아니라,
점점 커지는 지정학·안보 비용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서는 설명되기 어려울 것이다
되돌림과 청산, 회복의 관점에서 볼때 미국 시자은 이미 글로벌 위험 자산의 닻
4월의 관세 폭풍이 극단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였다면,
그 이후의 시장 흐름은 미국 주식의 진정한 내구성을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하락은 급격했지만 반등 역시 빠르게 전개됐고, 자금은 장기간 이탈하지 않았다
디레버리징은 짧았으며, 글로벌 자본은 다시 핵심 시장인 미국 주식으로 신속히 복귀했다
이 같은 회복력은 단순한 가격 반등 속도에 그치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도 미국 주식은 여전히 글로벌 자본이 가장 먼저 돌아오려는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연간 흐름을 보더라도 이러한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2025년 2월 19일 S&P 500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AI 거품 논란과 관세 충격으로 반복적인 조정을 겪었음에도 추세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동성 속에서 구조적 재평가를 지속해 나갔다
연말 기준으로 나스닥 100은 연초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기술 서사가 여전히 시장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주었고,
S&P 500 역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와 러셀 2000도 각각 안정적인 성과를 내며 대형주 중심의 수익 구조가 중소형주로 점차 확장되는 흐름을 완성했다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은 2025년에 더 높은 절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미국 주식의 진정한 가치는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구조적 수익 창출 능력에 있다
복잡한 지정학 환경 속에서도 미국 주식은 글로벌 자본이 반복적으로 안착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관세가 마찰을 키우고, 지정학적 긴장이 소음을 증폭시키며,
기술 혁명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국면에서도 미국 주식은 위험을 회피하기보다 흡수하고, 재평가하며, 결국 감내해 왔다
이 때문에 2025년 구질서와 신질서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도,
미국 주식은 다시 한 번 글로벌 위험 자산의 기준점이자 닻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컴퓨팅 파워는 곧 힘이다
엔비디아 5조 달러와 ‘중형 인프라’로 확산되는 파급 효과
2025년 미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리스크 자산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면,
그 가장 무거운 앵커는 단연 컴퓨팅 파워였다
2025년 10월 29일, NVIDIA는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자본시장 역사상 전례 없는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
거래 규모 자체가 여러 주요 선진국 증시의 총 시가총액을 웃도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더 주목할 점은 상승 속도다
시가총액이 3조 달러에서 4조 달러까지는 410일이 걸렸지만,
4조 달러에서 5조 달러까지는 불과 113일에 불과했다
이는 실적 성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시장이 엔비디아를 단순한 반도체 기업이 아닌 글로벌 컴퓨팅 파워 허브로 재평가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엔비디아의 위상은 이미 개별 종목의 성장 서사를 넘어섰다
GPU와 CUDA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칩 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했고,
대규모 모델 학습과 추론이 컴퓨팅 파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AI 산업 전체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25년에 들어 시장은 또 하나의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컴퓨팅 파워의 병목은 더 이상 GPU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목은 메모리, 전력, 에너지, 인프라 전반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변화는 투자 흐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HBM 공급 부족과 메모리 가격 상승 속에서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시게이트 같은 메모리 기업들이 강한 성과를 기록했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은 에너지·유틸리티 기업들을 새로운 ‘AI 수혜주’로 끌어올렸다
2025년에는 방어주로 분류되던 일부 전력·에너지 기업들마저 기술주 흐름에 편입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더 나아가 AI로 인한 전력 재배치 흐름 속에서,
과거 암호화폐 채굴 기업들 역시 ‘컴퓨팅 파워–에너지’라는 새로운 평가 프레임 안으로 재편입됐다
컴퓨팅 파워를 보유하고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다시 한번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연말로 갈수록 균열의 신호도 나타났다
구글은 11월 Gemini 3를 공개하며 자체 TPU 전략을 강화했고,
TPU의 비용 효율성이 엔비디아 대비 크게 높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는 AI 칩 시장이 단순한 희소성 독점에서 점차 비용과 효율의 경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2025년은 엔비디아의 독주가 정점을 찍은 해이자,
동시에 컴퓨팅 파워가 GPU를 넘어 메모리·전력·에너지·인프라 전반으로 확산되는 전환점이었다
AI 경쟁의 무대는 더 넓어졌고, 더 무거워졌다
트럼프식 자본주의
정치적 양극화에서 ‘국가 주주’의 등장까지
AI와 자산 토큰화가 2025년의 기술적 풍경이었다면,
정치적 양극화와 미국 산업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올해 시장을 관통한 가장 복잡한 제도적 배경이었다
2025년, 미국은 전례 없는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을 경험했다
항공편 지연, 복지 프로그램 중단, 공공 서비스 마비,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 무급 휴가까지 이어지며,
이 교착 상태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 사회 전반에 직접적인 충격을 남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손실 자체가 아니라,
시장이 받은 제도적 신호였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 이상 “예상 가능한 리스크”가 아니었다
시스템 자체가 반복적으로 멈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금융시장은 이를 구조적 리스크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위험 프리미엄 상승과 자본의 단계적 이탈로 이어졌고,
2025년 미국 증시의 잦은 급락은 개별 지표 악화라기보다 제도 신뢰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가까웠다

이처럼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
새 미국 행정부의 경제 거버넌스는 한 가지 분명한 방향을 드러냈다
국가는 더 이상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에 머무르지 않고,
자본 구조 자체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5년 산업 정책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예산 지원’에서 ‘직접 주주’로의 이동이다
단발성 보조금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을 통해 장기적으로 산업을 뒷받침하겠다는 접근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텔(INTC)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인텔 지분 약 10%를 직접 인수하며,
전략 산업에서 국가가 장기 주주로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의 첫 단추를 끼웠다
지지자들은 이 방식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본다
양자컴퓨팅처럼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정부의 직접 지분 참여가 자금 조달 불확실성을 낮추고 기업의 현금 흐름과 장기 연구개발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회성 보조금보다 장기주의적 정책 목표에 더 부합한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IonQ, Rigetti 등 양자컴퓨팅 기업에 대한 정부 지분 참여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미 상무부는 공식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해명 자체가 보여주듯, 정책의 경계는 여전히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핵심은 정부가 실제로 어떤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느냐가 아니다
국가가 ‘주주’라는 위치로 첨단 기술 산업에 개입하기 시작했을 때,
시장은 정책·자본·리스크의 경계를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국가 주도 자원 배분 방식은 그동안 서구 자본시장이 중국의 태양광·신에너지 산업 정책을 비판해왔던 바로 그 모델과 닮아 있다
2025년은 미국이 스스로 그 금기를 넘기기 시작한 해였다
주요 국가 통화정책의 ‘분리’
연준은 완화로, 일본은행은 긴축으로
2025년은 산업 정책뿐 아니라 통화정책에서도 거시경제 조정 여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을 드러낸 해였다
특히 주요 중앙은행 간 정책 방향이 뚜렷하게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압력을 배경으로 9월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재개했다
이후 10월과 12월에도 각각 25bp씩 추가 인하하며, 연간 누적 인하 폭은 75bp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를 과거의 ‘완화 국면 복귀’로 해석하는 시각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시장은 이를 경기 부양이 아닌,
경제 시스템과 정치적 압력에 대한 일종의 진통 완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금리 인하 이후에도 불확실성은 크게 해소되지 않았다
높은 부채 수준, 만성적인 재정 적자, 구조화된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통화정책의 운신 폭은 과거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연준이 예전처럼 공격적인 완화로 시장을 떠받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의 금리 인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도구라기보다, 당장의 고통을 늦추는 선택에 가깝다
한편 일본은행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연준이 인하로 전환한 가운데,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더욱 밀어붙이고 있다
12월 19일,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0.75%로 올렸는데,
이는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종료 이후 네 번째 인상이다
도쿄 지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식품·에너지 가격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시장은 이를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를 멈추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금리 정상화를 향한 경로 위에 있다
이제 통화정책은 더 이상 만능 해결책이 아니다
국가 자본의 직접 개입이 강화되고,
지정학적 장벽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금리는 경제를 조정하는 ‘지렛대’라기보다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진통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서 사실상 마지막 긴축 변수로 남아가고 있으며,
이는 2026년을 향한 가장 민감한 리스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균형 빔’
금리 인하 이후, 새 의장의 그림자
2025년으로 들어서며 정치적 압력은 점점 연준의 독립성 경계선까지 침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 종료를 앞두면서, 시장은 이미 ‘차기 연준 의장’의 정책 성향을 선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의 파월 공개 비판은 더 이상 소셜미디어에 머물지 않고, 백악관의 정책 변수로 자리 잡았다
금리 자체가 경제 지표가 아니라 정치적 신호로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차기 의장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케빈 해셋과 같은 친트럼프 비둘기파가 부상할 경우, 연준은 단기적으로 더 공격적인 완화 시그널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나스닥과 비트코인 같은 위험 자산에는 강한 심리적 호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기대 재점화와 달러 신뢰 약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반대로 케빈 월시로 대표되는 개혁,신중노선이 선택된다면,
시장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기대가 꺾이며, 조정을 겪을 수 있다
다만 규율 중심의 통화 정책과 제도 개편을 통해 장기 자본과 전통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누가 최종적으로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연준 의장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은 후보가 공식화 되기 전까지 계속 시장은 흔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금리는 더 이상 순수한 경제 변수만은 아니다
이미 정치적 힘의 일부가 되었고, 25년의 연준은 그 변화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
무대 위 인물이 해셋이든 월시든, 이 통화 정책 드라마의 최종 연출자는 트럼프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금융 인프라의 조용한 혁명
5x16에서 5x23, 그리고 7x24로
25년 시장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변화는 특정 종목이나 테마가 아니라 거래 시스템 그 자체다
월가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기존 질서를 해체하며 토큰화와 24시간 유동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변화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설계된 인프라 전환이다
첫 단계는 이미 시작됐다
24년 5월, 미국 주식 결제 주기가 T+2에서 T+1로 단축되었다
표면적으로는 보수적인 조정처럼 보였지만, 이는 주식을 더 빠르게 이동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는 핵심 업그레이드였다

이후 나스닥은 25년 초부터 거래시간 연장과 24시간 거래를 공식 의제로 올렸다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시스템을 통해 상시 마진,담보 관리가 가능해졌고
이는 일반 투자자보다 기관 투자자에게 훨씬 더 명확한 신호였다
하반기에는 방향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나스닥은 주식 토큰화 거래를 SEC에 공식 신청했고, 미 SEC 역시 토큰화를 자본시장의 장기적 진화 방향으로 언급하며
긍정적인 메세지를 냈다
이 흐름의 정점이 바로 25년 12월, 5x23 시간 거래 시스템 신청이다
주식이 점점 토큰처럼 유통,결제,가격 형성이 가능한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1996년 인터넷 초기 단계에 비유했다
당시 아마존은 아직 변방의 온라인 서점이었지만,
그 인프라 위에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다
종이 증서에서 SWIFT,그리고 블록체인까지 이어진 금융 인프라의 진화는 생각보다 빠르다
나스닥에게 이는 스스로를 해체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선택이고,
암호화폐,RWA 진영에게는 월스트리트와 같은 링 위에서 경쟁해야 하는 본격적인 생존 게임의 시작이다
25년은 화려하지 않지만,
미국 주식이 토큰화 자산으로 넘어가는 첫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AI 에이전트 1학년
폭발했지만, 아직 완전히 터지진 않았다
25년을 설명하는 키워드 중 가장 많이 들린 말은 단연 AI 에이전트의 첫 해 였다
실제로 올해 에이전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AI는 더 이상 질문에 답하는 대화형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API를 자율적으로 호출하고, 복잡한 작업 흐름을 처리하며,
여러 시스템을 넘나드는 실행 주체로 진화했다
초기에는 Manus가 시장의 기대를 단번에 끌어올렸고,
이후 다양한 에이전트 제품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적용 계층의 폭발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방향성은 분명히 검증됐지만, 에이전트는 아직 대규모 확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초기 히트 제품들조차 사용 빈도 감소와 이용자 이탈이라는 성장통을 빠르게 겪었다
이는 실패라기보다 기술 확산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는 단계에 가깝다
OpenAI의 CUA, Anthropic의 MCP가 의미하는 것도 단기 성과가 아니라,
향후 몇 년간 AI 능력 곡선이 급격히 가팔라질 것이라는 신호다
진짜 가치의 해방은 단일 기능이 아니라 시스템 수준의 통합에서 나온다
25년은 0에서 1로 방향을 확정한 해에 가깝다
연말에 들어서며 새로운 변수도 등장했다
바이트댄스가 에이전트를 하드웨어 단말과 결합된 시스템 행위자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AI 폰이 당장 성공하지 않더라도, 에이전트의 종착지가 특정 앱이 아니라 운영체제 레벨의 존재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자본은 다소 앞서 나갔을지 모르지만,
방향은 이미 선택됐다
26년 이후 이 흐름을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다
결론: 25년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의미에서 25년은 답을 주는 해라기보다,
집단적 전환이 시작된 첫 해에 가깝다
올해의 글로벌 자본시장은 분명한 역설 속에 놓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벽이 계속 높아졌다
무역 마찰과 관세의 부활,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 반복되는 정부 셧다운,
그리고 강대국 간 경쟁은 더 이상 무대 뒤가 아닌 전면으로 올라왔다
반대로, 다른 쪽에서는 울타리가 무너졌다
규제 프레임은 기술을 향해 재정렬되고,
금융 인프라는 토큰화와 온체인으로 빠르게 이동했으며,
AI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허무는 생산성 도약을 만들어냈다
이 모순적인 풍경의 본질은 분명하다
정치와 지정학은 새로운 경계를 세우고 있지만,
워싱턴과 월스트리트는 동시에 금융과 기술 사이의 오래된 경계를 허물고 있다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울려왔다
25년 한 해 동안 금과 은 같은 귀금속이 대부분의 기술주를 앞선 사실은
'큰 변화' 가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AI에 쏟아지는 막대한 자본 지출, 그리고 누적되어 온 지정학적 긴장은
시장이 수년 전부터 예고해온 불안정한 균형의 끝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26년이 시작될 때 우리가 마주할 것은
단일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25년에 형성된 구조적 상태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진짜 변화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가 아니라
시장이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가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